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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숙 칼럼]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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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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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 |
조회수 |
26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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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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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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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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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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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아들이 경기도에 있는 모부대에 배치된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이등병이던 아들이 이제는 어엿한 일등병이 되어 작대기 두 줄을 자랑
스럽게 여긴다.
아들이 소속된 부대는 집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팔당대교, 양수
리, 양평 등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아들이 있는 부대가 보인
다.
재미있는 면회객의 특징
아들을 만나는 곳은 위병소 앞이다. 위병소 앞에는 면회를 신청한 가
족들이 많다. 그동안 면회객들을 관찰하다보니 몇가지 재미있는 특징
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면회객의 유형이다. 면회객 중에는 부모와 형제, 자매로 구성된
가족이 가장 많다.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두 손 가득 맛있는 음식보따
리를 싸들고 위병소 앞에서 아들을 기다린다. 때로는 머리가 허연 조
부모를 모셔오기도 하는데 어린 손자를 쓰다듬는 손길에 안쓰러움이
묻어있다.
면회객 중에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큰 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
나는 이들은 주변 장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모, 형제처럼 큰 보
따리는 들고 오지 않지만 피자, 케이크, 김밥 등 모양이 예쁜 음식을
싸와 남자친구를 기쁘게 해준다.
여성친구 외에 또 반가운 손님이 병사의 친구들이다. 밀물과 썰물처
럼 우르르 몰려 왔다가 우르르 빠지는 그들은 왁자지껄 수다스럽지
만 면회장에 활기를 안겨준다. 병사들은 부모, 형제에게 하지 못한 고
민을 친구들에게 털어 놓으며 인생을 논하기도 한다.
면회장의 두 번째 특징은 병사들의 계급이다. 상식적으로는 계급이 높
은 병사들이 부모형제와 오래 떨어져있어 계급이 높을수록 면회가 잦
을 것 같은데 반대로 면회자의 대부분은 이등병과 일병의 부모들이
다. 갓 입대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면회
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상병 이상의 계급은 여자친구, 애인 등
이 자주 면회를 온다. 이들은 제대 후의 계획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면회장의 세 번째 특징은 반복성이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면회를 와본 사람이 또다시 면회를 온다. 이등병 때는 매주 또는 격주
로 면회를 하는 가정이 많다. 그러다 병사의 계급이 올라갈수록 면회
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면회의 반복성으로 인해 면회장에 가면 낯익
은 어머니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서로 안면이 있다 보니 챙기지 못
한 물건을 가끔 빌려 쓰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등 새로운
이웃사촌이 된다.
어느 병장 전역자의 꿈
면회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병장으로 제대한 한
방문객의 이야기이다. 이 병사는 힘든 군대생활을 해오다 꿈같은 전역
을 했다고 했다. 제대 후에는 군대생활에 대한 기억을 잊으려 노력하
며 살았는데 어느 날 자신이 현역병이 되어있는 꿈을 꾸었단다. 친구
들에게 들려주는 꿈 이야기는 이렇다.
“내가 지난 주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눈을 뜨니 내가 상병으로 근무
하고 있는 거야. 꿈속에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든지 ‘아, 내가 아직
도 군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을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
는 거야. 부대 생활할 때 너무나 힘들어 죽고 싶었던 생각이 많았거
든. 그런데 다시 군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
지 않았어. 얼마나 괴롭던지 권총을 머리에 대고 절규하며 방아쇠를
당겨버렸지. 그리고는 꿈에서 깨어났어. 눈을 뜨니 내 방 침대인거
야. 그 순간 얼마나 기뻤던지 이제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거야. 내가 다시 군에 간다면 난 다시는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아. 두
번 다시 그런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어” 병사라면 누구나 공감할만
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현 병영문화에 회의를 갖게 한다.
외로운 연평도의 영웅들
얼마전 지난해 발생한 연평도사건의 영웅들이 1년만에 모습을 드러냈
다. 지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목숨
을 잃었고, 16명이 부상당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많은 부상병들이 전
역하여 민간인이 되었지만 연평도의 후유증은 여전히 이들을 괴롭히
고 있다. 연평도 포격의 현장에 있다 상병 전역한 김명철 씨는 오른팔
이 망가졌고, 최주호 씨는 3개의 파견이 몸에 박혀있으며, 김진권 씨
는 위의 3분의 2와 오른쪽 발을 잃었다. 신체적인 부상만 입은 것은
아니다. 병장 전역한 김지용 씨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기억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에 젊은 영웅들은 피눈물
을 흘리고 있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그들에
게 국가는 제대로 된 보상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아들
을 불러 국가를 지키게 한 정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아들들을 책임
지지 않는 것은 잘못된 처사임이 분명하다.
연평도 사건의 부상자 중 일부는 아직도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
들은 또다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국가를 위해 다시 총을 잡을 것이
라고 말한다. 애국심은 국민만이 가져야할 덕목은 아니다. 국군장병
이 국가를 위해 충성할 수 있도록 군도 변화되어야 한다. 국군장병이
병영생활에 만족하고, 위기로부터 국가를 방어할 수 있도록 애국적 환
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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