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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中] 아픈 몸 참다가… 자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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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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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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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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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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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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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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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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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늪에 빠진 150만 '한부모 가정'] [中] 아픈 몸 참다가… 자녀들
까지 ‘수렁’에
<특별취재팀>
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5.25 03:12
"입원 땐 아이는 누가…"
쉽게 완치되었을 병들, 방치하다 쓰러지기 일쑤… '불행의 악순환'에
빠져
이혼·사별로 혼자가 된 한부모들은 자기 아니면 아이들을 책임질 사
람이 없어 몸이 아파도 꾸역꾸역 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싱글맘(혼
자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돈과 시간이 없어 치료를 미루다가 병을
키워서 돈 벌기 힘들 만큼 건강을 해치기 쉽다. 자녀를 위해 무리한
나머지 엄마가 쓰러져 결국 자녀들까지 수렁에 빠지는 '싱글맘 패러독
스(역설)'가 벌어지는 것이다.
안산에 사는 이순미(가명·46)씨는 늦게 만난 남편이 일할 생각을 안
해 2005년 갈라섰다. 이후 4살배기 아들을 리어카에 태우고 주택가를
돌며 여름엔 야채, 겨울엔 붕어빵을 팔았다.
월 50만원씩 버는 돈을 모아 작년 초 보증금 330만원짜리 임대주택에
들어갔지만, 과로한 탓인지 당뇨 합병증이 와서 잇몸이 내려앉았다.
끼니때마다 씹기 쉬운 국수를 후루룩 삼켰더니 혈당이 안 떨어져 당뇨
병이 도졌다. 이씨는 지난겨울 붕어빵 장사를 쉬었다. 당뇨 환자에겐
발 동상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름에 벌어놓은 돈을 겨울
에 모두 까먹고 봄이 되자 '잔고 0원' 상태로 생활전선에 돌아갔다.
취재팀이 한국여성재단·한국갤럽과 함께 2006~2009년 한국여성재단
에서 질병 치료비를 지원받은 저소득층 싱글맘 84명을 추적했다. 이씨
처럼 병이 있어도 병원비를 못 구해 쩔쩔매다가 재단의 도움으로 위기
를 넘긴 엄마들이다.
추적 결과 이씨를 포함해 연락이 닿은 사람 60명 중 절반 이상(55%)
이 발병한 지 1년 이상 지난 뒤에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지원액 상한선은 300만원이다. 이씨의 경우 작년 5월 재단에서
300만원을 지원받아 틀니를 했다. 지금은 밥과 나물을 씹어먹을 수 있
어 한결 힘이 난다고 했다. 바꿔 말해 그동안 300만원이 없어서 밥을
못 씹고 그 결과 일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조사에 응한 싱글맘 10명 중 9명(93%)이 더 빨리 병원에 가지 않은 이
유로 "치료비가 없었다"고 답했다(복수응답). "치료받는 동안 나 대
신 생활비를 벌 사람이 없었다"는 사람, "나 대신 애들을 돌봐줄 사람
이 없었다"는 사람도 10명 중 7~8명에 달했다. 10명 중 3명(35%)
은 "의사가 큰 병이라고 할까 봐 겁이 났다"고 했다. '나 아니면 가족
이 무너진다'는 절박함과 '충격을 받으면 이대로 주저앉을 것 같
다'는 두려움이 병원으로 가는 발목을 잡았다.
인천에 사는 최성희(가명·39)씨는 2003년 이혼한 뒤 노인 전문병원
간병사로 취직해 월 70만원씩 벌어서 중고생 남매를 가르쳤다. 최씨
는 노인들 몸과 마음을 살뜰하게 보살펴 '항상 웃는 간병사'로 칭찬받
았지만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못했다.
최씨는 작년 10월 아랫배 아픈 걸 내내 참다가 더는 못 견딜 지경이
돼서야 산부인과에 찾아갔다. 의사는 "수술하면 바로 낫는 병(난소낭
종)인데 왜 미련하게 이제 왔느냐"고 했다. 최씨는 지인에게 60만원
을 빌려 수술비를 낸 뒤 갚을 길이 없어 고민하다 한국여성재단의 지
원을 받았다.
이 같은 '미련함'은 추적 조사에 응한 싱글맘들의 공통점이었다. 취재
팀이 보건학 전문가 김명희 박사(한마음혈액원 혈액관리국장)에게 의
뢰해 조사 대상자들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
거나 초기에 치료받았으면 쉽게 완치됐을 병이 대부분이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임영순(가명·50)씨는 자궁근종을 방치하다가 가사
도우미 일을 못할 지경이 돼서야 재단 지원을 받았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조명은(가명·37)씨는 자궁경부암 3기에 수술받았다. 서울 구로
구에 사는 정은주(가명·47)씨는 중이염을 참다가 한쪽 귀에 보청기
를 끼게 됐다. 세 사람 모두 생활고와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빠듯하
게 사는 처지였다. 김 박사는 "조금만 빨리 병원에 갔어도 이렇게까
지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조사 대상자 절반(46.7%)이 여성재단 도움으로 치료받
은 병 외에 다른 병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구체적으로 치료받을
계획을 세워둔 사람은 소수(17.8%)에 불과했고, 치료비도 못 모으고
뾰족한 계획도 없다는 사람(78.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천에 사는 박광자(가명·40)씨는 작년에 재단 지원으로 자궁에 생
긴 혹을 잘라냈지만 유방 종양은 더 커지지 않아 그대로 방치하고 있
다. 박씨는 악화될까 봐 밤에 잠이 안 오는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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